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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우리는 통일일세대 수상작 - 서평부문, 이가현(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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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화이음 댓글 0건 조회 453회 작성일 19-07-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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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김진향, 도서출판 슬로비)에 대한 서평

 

 

1이가현

 

<이인삼각 경기를 잘 치르기 위해선>

 

      

북한하면 뭔가 무서운 나라, 억압적이고 가난한 나라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북한의 지도자와 우리 대통령께서 환하게 웃음 짓던 1년 전 그날 판문점의 상황이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뉴스 앞에서 흥분을 애써 감추지 못하던 엄마와는 달리, 전직 선생님으로 허투루 하시는 일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할 정도로 꼼꼼하신 외할아버지의 경직된 표정도 의아했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의 예를 들먹일 필요도 없군요. 저 자신 역시 남측 수행원들의 질문에 수줍어하며 친절하게 답하려 하는 뉴스 속 북한주민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끼다가도, 북한 아나운서의 들뜨고 격앙된 목소리와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사불란한 북한의 단체 체조장면에선 심한 이질감을 느끼니까요.

 

이런 의문은 한 가지 주제로 결국은 집약됩니다. 북한은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동족인가? 아니면 호시탐탐 적화통일의 기회를 노리는 적인가? 로 말입니다.

 

바로 이 책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를 읽게 된 동기입니다.

  

대북협상 담당자로 북한에 장기 체류하면서 개성공단 건설에 깊숙이 관여했고, 이후 대학 강단과 북한지원재단에 몸담고 있는 저자의 실제 경험과 학자적 객관성이 저의 풀리지 않는 물음에 일정부분 해답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독서 후 저의 느낌을 단 한 줄로 표현하자면 북한에 대한 무지를 뜻하는 북맹의 실감과 남북한 갈등고조의 이면엔 이러한 북맹 현상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맹 현상은 제 자신에 비추어 봐도 심각합니다.

 

지난 가을 대통령의 북한 방문 시 제가 가장 놀란 것은 평양의 멋들어진 마천루였고, 심심찮게 보이는 평양시민의 휴대폰 통화 장면이었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남루한 건물, 사상통제로 개인 통화기기의 사용은 북한 내에서 금지된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정점은 남북단일팀이 출전한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여자농구팀의 합숙을 취재한 다큐멘터리였죠. 은메달에 머무른 아쉬움에 남북한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 이별자리에서 함께 맞잡은 손을 쉬이 놓지 못하는 장면은 무심한 오빠도 눈가를 닦게 하는 시큰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순박한 사람들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유일무이의 대국 미국을 대상으로 전쟁을 획책하는 전쟁광이라니 의아심이 들긴 합니다.

      

저자 역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도발이 아닌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호소, 전쟁억지를 위한 자구책이란 논리로 감쌉니다. 마치 힘이 약한 두꺼비가 천적인 뱀을 만났을 때 제 몸을 있는 힘껏 부풀려 스스로를 과장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논리적이라 충분히 공감이 가는군요.

 

아닌 게 아니라 냉전시대 우리를 보호하던 미국이나 서방이 붕괴되어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나 중국이 전 세계 유일한 최강국가가 되어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북한의 두려움은 충분히 역지사지가 됩니다.

이처럼 책은 시종일관 북맹의 증거를 치밀하게 하나씩 끄집어내어 그 허구성을 각개격파해가며 전개됩니다.

  

핵무기 개발관련 논란 다음으로 저자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오해를 해소하려는 분야는 바로 개성공단관련 이슈입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선의로 만들어진 개성공단의 수익이 핵무기 개발자금으로 유용되어 우리를 옥죄는 도구로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북한지원을 총괄하는 유니세프의 ‘No access, No assistance' 원칙으로 인해 우리의 지원이 다른 곳으로 유용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북한의 특혜제공과 저렴한 노동력으로 인해 국내 생산비의 15분의 1에 불과한 개성공단의 상황이 퍼주기가 아닌 퍼오기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를 열거하며 반박합니다.

더불어 전쟁을 억지하고, 남한 경제의 저성장 탈출구가 될 수 있으며. 서로의 체제를 배워 상호이해를 돕는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의 역할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렇게 북한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놀랍습니다.

연령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가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체험한 자신감에 기초해서인지 북한의 정치, 경제, 교육제도에 이르는 다양한 부문에서 깊은 이해와 해박한 지식으로 북한사회를 설명하려 하고, 그만큼 제가 가졌던 선입견은 명확한 사실과 치밀한 논리 앞에 산산 조각 나버립니다.

 

일례로 우리가 특혜집단으로 알고 있던 조선노동당의 당원들이 소위 고난의 행군시기 가장 많이 아사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과도한 학업부담으로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이란 불명예를 안은 우리나라에 비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직업경험, 사제 간, 친구들 간에 서로 돕고 의지하는 문화가 정착한 북한 청소년의 학교생활은 집단체조의 강제동원이 일상이라는 기존의 가르침과는 배치되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의 통일론은 어렵지 않게 감지됩니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수반함으로써 통일의 당위성을 희석시키는 흡수통일론을 강하게 경계하며, 통일의 과정은 점진적이고, 남북 간의 평화정착이 곧 통일임을 주장합니다.

, 통일은 어느 순간 뚝 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기에 평화정착이 필요하고, 평화정착을 위해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합니다.

이 대목에선 논란의 여지없이 100% 찬성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일탈의 의미를 강하게 풍기는 사춘기대신 그 시기를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이란 뉘앙스가 강한 성숙기로 호칭하는 북한의 언어관습은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배우고 모방할 여지가 이 뿐일까요?

 

서로의 체제를 현존 체제의 병폐를 보완하는 거울로 인식하고, 서로를 학습하기 위해선 잦은 교류가 필요하고, 그 교류는 남북한 간의 평화정착이 선결과제일 겁니다.

    

책의 전개가 북맹 수준의 학생이 질문하고 저자가 답하는 문답의 형식을 띠었기에 몰입이 쉬웠고, 이해가 빨랐습니다.

 

특히 이 책은 남북한 간의 정치적 교류역사와 시대별 통일방안에 대한 지식을 다듬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미지의 세계인 북한의 다양한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북한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는 도서였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일관된 논리와 사실의 연속이었지만, 우리와는 다른 북한의 정치 체제 등 아직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만 독서과정에서 제가 느낀 감정은 가치관의 혼란과 상식의 파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저에 국한된 특수한 상황이 아닌 남북한 우리 민족 모두가 맞닥뜨릴 수 있는 북맹, 남맹 현상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일사천리로 달릴 것 같은 통일로 가는 열차가 올해 들어 주춤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비집고 다시 남북갈등을 고조시키는 개성공단 존재와 연관된 퍼주기 논란, 대화의 주요창구였던 북한 담당자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 등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다시 독버섯처럼 비집고 올라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엊그제 부산을 방문하신 엄마는 외할아버지께서 여전히 탈북자들이 출연해 검증되지 않는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종편 프로그램을 시청하시면서 북한 비난에 열을 올리시고 있다고 걱정하십니다. 무엇이 그토록 이성적이었던 할아버지의 눈을 가려 북한을 미움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을까요?

 

바로 분단 70년이 지속되면서 북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고, 적대, 혐오, 반목, 질시를 가르치는 고질화된 분단체제입니다. 분단은 휴전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마음속에 존재하며 평화를 가로막고 통일을 방해합니다.

 

책은 우리 민족이 이분법적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상호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자세를 갖추자고 간곡히 권고합니다.

 

오해가 이해로 바뀌고 믿음이 불신을 대체하기 위해선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이 전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여름, 외할아버지께 이 책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를 권유해볼 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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