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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5]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본 북한의 국가적 특징④-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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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평화이음 댓글 0건 조회 125회 작성일 19-05-13 10:49

본문

(전편에 이어)

 

(2) 자존심 강대국의 내용

 

①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익 우선, 국민 이익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우리 공화국은 앞으로도 동풍이 불어오든 서풍이 불어오든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공화국 정부는 인민의 이익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인민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여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겠다고 하였다. 

 

한 마디로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익, 국민 이익을 위해서는 외세를 추종하면 안 되며 국가 정책을 독자적 판단과 결심으로 결정해야 한다. 외세를 추종하는 사대주의에 빠지면 결국 외세의 압력에 밀려 외세에 국익을 넘겨주게 된다. 

 

조선시대는 사대주의가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았던 시기다. ‘소국이 대국을 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명분을 내세워 위화도 회군을 한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면서 숭유억불, 농본억상 정책과 함께 사대교린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내세웠다. 사대교린이란 큰 나라를 받들어 섬기고 이웃 나라와는 화평하게 사귄다는 뜻으로 중국을 섬기고 나머지 나라와는 친하게 지내겠다는 정책이다. 이렇게 국가 공식 정책으로 채택된 사대주의는 단순한 외교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반의 뿌리 깊은 외세의존 사상으로 확대되었다. 

 

1623년 인조는 광해군을 폐위하면서 그 명분 중 하나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의 은혜를 잊고 오랑캐인 후금에 성의를 베풀었다는 점을 꼽았다. 인조는 외교정책으로 친명배금 혹은 숭명배금, 즉 명나라를 섬기고 후금을 배척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후금에서 청나라로 이름을 바꾼 태종이 병자호란을 일으켜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였다. 왕만 굴욕을 당했으면 다행이지만 무려 60만 명의 백성이 노예로 끌려갔으며 청나라에 막대한 공물을 상납해야 했다. 특히 많은 여성이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으며 겨우 돌아온 경우에도 절개를 잃었다며 멸시를 당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역사인가. 

 

그런데도 조선의 지배층은 정신을 차리지 않고 이미 사라진 명나라를 섬기며 국력 배양을 등한시하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사대주의가 얼마나 골수에 박혔는지 일제 강점기에도 명나라 황제의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역사에서 사대주의로 인해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이 매우 컸기에 북한은 사대주의적 경향을 배제하며 자주의 입장을 철저히 지키려 하고 있다. 

 

반면 이런 사대주의는 한국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29일을 시작으로 한국군에 도입되기 시작한 F-35A 전투기를 보자. 이 전투기는 미국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GAO)이 2018년 1월 966개의 공개 결함을 발견했다고 발표할 정도로 논란이 많다. 2014년 미국 국방검토보고서(QDR)는 이 전투기 사업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고 사업 유지를 위해 동맹국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미국 군수업체를 위해 희생을 감수할 동맹국은 한국 밖에 없었나 보다. 무려 11개 나라가 구매 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속에서 한국만 7조4천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40대나 구입하였다. 그러나 과연 이 전투기의 기능이 한국 환경에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지난 4월 9일에 일본 아오모리현 동쪽 해상에서 F-35A 전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이 드러난다고 해도 그게 우리 공군에 정확히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우리 공군의 F-35A는 고장이 나도 우리가 정비할 수 없으며 해외에 보내 받아와야 한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 특수 도료는 음속비행을 3번 하면 다시 칠해야 하는데 이 역시 해외에 보내서 칠해야 한다. 이 때문에 F-35A 유지비가 얼마나 치솟을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주한미군 지원금도 문제다. 흔히 방위비 분담금이라 부르는 이 비용을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고 이에 따라 한국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미국에 지급함은 물론 매년 협상을 통해 인상해야 할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추가 인상을 압박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 수 없으며 주한미군은 지원금이 남아돌아 은행에 적립, 그 돈이 1조 원이 넘는 수준이다. 물론 이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으며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만 하고 있다. 

 

이처럼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익이 훼손되고 국민의 혈세가 미국 정치권과 자본의 이익을 위해 사라지고 만다. 국가가 자존심이 있다면 국익을 위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자존심의 강대국을 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② 국력 강화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우리 혁명의 특수한 환경과 오늘의 복잡한 세계정세 속에서 공화국이 자주권과 존엄을 고수하고 참다운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서는 확고한 자주적 입장에서 자기 힘을 강화하고 자립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나라의 자존심을 위해서는 자주적 입장과 함께 자기 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종종 “주먹이 약하면 그 주먹으로 눈물을 닦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국력이 약하면 강대국에 짓밟히는 냉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빗댄 말이다. 국제관계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현실은 힘이 약하면서 자존심만 내세웠다가 결국 비참한 결과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힘이 있어야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자존심이 강한 나라는 국력을 키우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 

 

국력을 이루는 요소에는 군사력, 경제력도 있지만, 기본은 정치사상적 힘이다. 국민이 얼마나 높은 자주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단결력이 높은가가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공화국 정부는 사회주의사회의 본성적 요구에 맞게 정치사상사업을 확고히 앞세워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김정일주의자로 키우며 우리 국가의 정치사상적통일과 단결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 18일, 강원도 원산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과 당중앙위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

 

국민이 패배주의에 빠지면 필연적으로 사대주의를 받아들이며, 사대주의를 하면 국력이 강할 수 없다. 국민이 패배주의에 빠져 ‘우리 힘으로 잘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외국의 지원과 협력에 기대 잘살아 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남의 힘에 기대는 나라의 국력은 강할 수 없다. 

 

2017년 8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남북의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하면 남한이 북한의 45배에 달한다. 그러면 절대 총액 상으로 우리 국방력은 북한은 압도해야 하는데 실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면서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해 오로지 연합방위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한국군 군사력이 약해 미군에 의지하는 게 아니라 미군에 의지하니 군사력이 약한 것이다. 군 지휘부 내에서 ‘어차피 여기는 미군이 지켜주니 나는 한몫 단단히 챙기기나 하자’는 생각이 있지 않고서야 방산비리로 얼룩지고 병종 사이의 주도권 다툼으로 사분오열된 한국군의 실태를 해명할 수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자주국방 의지를 강조한 대통령부터 금강산 관광 하나도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처지니 어느 군인이 미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볼 때 북한이 국력 강화를 위해 자주의식을 높이고 일심단결을 강조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③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모든 것을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해결해나가면서 우리 식, 우리 힘으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다그쳐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자존심을 지키자면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해야 한다. 남의 손을 빌리면 결국 빌려준 사람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간섭을 받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남의 손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은 자기 손으로 하면서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남의 손도 잡고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손 놓고 일방적으로 남이 도와주기를 바라서는 자존심을 지킬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도와줄 사람도 없거니와 만약 있다면 그것은 자기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도와주는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은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하겠다는 정신이 매우 강하다. 

 

자립경제노선을 보면 처음에 북한은 ‘중공업을 앞세우고 경공업과 농업을 따라 세우는 노선’을 채택했다. 당장 먹고 살 형편도 못 되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경공업과 농업을 먼저 발전시키고 중공업은 소련에 의존하자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옷을 만들기 위해 방직기계를 수입하면 간단한데 왜 굳이 힘들게 방직기계를 직접 만들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기계를 수입하면 당장은 편하지만 기술종속, 경제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자체 힘으로 기계를 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렇게 중공업을 발전시키자 북한은 자기가 원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자주국방노선도 마찬가지다. 만약 북한이 소련이나 중국에 국방을 의존했다면 한반도 환경에 맞는 군사작전과 군 편제, 무기를 마련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군에게 국방을 의존하는 바람에 한반도 환경에 맞지 않는 무기를 사느라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북한이 소련, 중국에 국방을 의존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소련, 중국이 등을 돌리면 꼼짝 못 하고 미국에 무릎 꿇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을 수도 있다. 

 

④ ‘보란 듯이’ 정신

 

흔히 국가가 자존심을 내세우면 국제사회에 뒤떨어지고 촌스러워진다고 여긴다. 세계화 시대에 개혁개방, 국제교류를 우선하는 게 세련되고 선진적이며, 자존심보다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존심을 내세우면서도 자력으로 온 세계가 부러워하도록 ‘보란 듯이’ 나라를 발전시키자는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세계를 앞서나가는 위대한 나라로” 나아가자면서 “우리에게는 최단기간 내에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세계 선진수준에로 도약할 수 있는 자립적 발전능력과 기반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대하고도 무한한 잠재력을 총 폭발시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적적인 신화를 창조해야 하며 남들을 앞서 더 높이 비약해나가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자기 힘으로 나라를 발전시킨다고 해서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 수준으로 깜짝 놀랄 만큼 보란 듯이 성장과 발전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세계적 추세를 따라잡고 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 4월 14일 준공식을 한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에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친필명제를 보내 세계 최첨단 수준으로 올라서자고 독려하였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 개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세계 최고 수준의 CNC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책기획본부장은 “북한의 발사체 기술이나 핵융합, 레이저 기술,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 기술을 비롯해 일부 분야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석탄화학, 북한 주체과학의 상징... “IT·공작기계도 상당수준”」, 한겨레, 2018.5.21.) CNC에 대한 자긍심을 담은 ‘돌파하라 최첨단을’은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CNC뿐 아니라 수소폭탄, 미사일 개발에서도 세계가 놀랄만한 속도를 보여주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2017년 6월 2일 기사에서 “군 당국과 정보 당국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우리 상식을 완전히 벗어날 정도로 빠르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엄청나게 빠르다는 사실에 대해선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층 호텔인 평양의 류경호텔이 밤마다 10만 개 이상의 발광다이오드(LED)로 내보내는 현란한 영상, 10만 명이 출연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 같은 것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고 가장 앞선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방북해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본 문재인 대통령 일행은 엄청난 공연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한다. 공연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한 편의 대서사시”, “감동스럽다”, “화려한 색채의 움직임, 컬러 선택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머니투데이 2018.9.20. 보도 참조)

 

▲ 지난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을 즈음해 선보인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의 한 장면     ©자주시보

 

⑤ 잘못에 솔직하고 극복하려는 자세

 

흔히 ‘남의 의견에 자기 뜻을 굽히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약해 남에게 굽히면 자기는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왜곡된 자존심은 그냥 ‘똥고집’이다. 

 

진짜 자존심이 센 사람은 자신감이 있고 마음이 강하기에 양보도 잘하고 비판에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 모든 사람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으며 진짜 자존심 강한 사람은 부정적인 면을 거리낌이 없이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자존심 강한 나라는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교통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철도, 도로부터 남북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5월 평양의 놀이공원인 만경대유희장을 현지지도하다가 보도블록 사이에 난 잡초를 직접 뽑으며 “설비갱신은 몰라도 사람의 손이 있으면서 잡풀이야 왜 뽑지 못하나”하고 비판하였고 북한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였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서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하였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7월 함경북도 일대를 현지지도하면서 여러 단위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였다. 어랑천발전소에서는 30여 년이 지나도록 공사가 완공되지 못했고 특히 팔향댐 건설장은 시작한 지 17년이 되도록 총공사량의 70%밖에 진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염분진호텔은 골조공사를 끝낸 지 6년이 지나도록 내부 미장을 완성하지 못해 개장을 못 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온포휴양소는 관리가 부실해 욕조가 비위생적이며, 청진가방공장은 당의 방침에 맞지 않게 청진재생섬유공장 건물의 허술한 방들에 가방생산시설을 너절하게 꾸렸다고 질책하였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8월 평안북도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찾아 “공장의 문턱부터 시작하여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개건·현대화 진행 중인 공장이 맞긴 맞는지, 당에서 경종을 울린 지 벌써 2년이 되어오는데 도대체 무엇을 개건하고 현대화하였는지 알 수 없다”면서 ‘농기계 창고’, ‘마구간’ 등에 비유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뒤떨어진 것은 부수고 개변해서 앞서나가면 된다”고 격려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까지 세운다. 이는 진짜 자존심이 강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다른 차원이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독일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까지도 나치 잔재를 청산하려 노력한다. 지난 2018년 11월에도 나치에 부역해 강제수용소에서 근무하며 유대인 학살을 도운 95세 남성을 기소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처럼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며 누구도 지금의 독일을 나치의 후예라고 생각하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반면 일본은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사죄와 배상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누구도 일본을 존경하지 않으며 지금도 많은 나라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의 친일파도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해방 직후 친미파로 변신해 권력을 잡았다. 총독부 건물의 일장기가 내려가고 대신 성조기가 올라가면서 친미파 세상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친일친미 독재세력이 적폐집단으로 남아서 국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반민특위를 비난하고도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국민은 아베 일본 총리의 대변인이라며 나베(나경원+아베)라고 비판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부족한 점을 극복할 수 없으며, 이런 나라는 발전할 수도 없다. 발전이 없는 나라는 구태에서 헤어날 수 없으며 문명국이라고 볼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 잘 사는 나라라 해도 미개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아직도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미개한 나라 취급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국가적 차원에서 잘못을 과감히 인정하고 혁신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자존심의 한 부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발전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⑥ 자신을 모욕하는 적대행위를 추호도 용서치 않는다

 

자존심이 약한 사람은 누가 자기를 모욕해도 차마 대응하지 못하고 비굴하게 넘어간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지난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미국의 대북정책과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 번, 천 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잇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습니다”, “명백한 것은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미국이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서도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날로 더 고조시키는 것은 기름으로 붙는 불을 진화해 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고도 위험한 행동입니다”라고 하였다. 

 

미국이 북한의 일방적 핵폐기만 요구하며 아무런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고, 나아가 대북제재를 강화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무릎 꿇을 것처럼 떠드는 것에 대해 상당히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존엄과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시정연설에서 “힘으로는 우리를 어쩔 수 없는 세력들에게 있어서 제재는 마지막 궁여일책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도전인 것만큼 결코 그것을 용납할 수도 방관시할 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합니다.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합니다”라고 대단히 강경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기질은 최근까지도 계속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4월 18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고는” 하는데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고 하였다. 미국과 협상하면서 대놓고 미국을 비판하고, 나아가 협상 상대를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나라가 지금껏 있었나 싶다. 한 마디로 미국을 호되게 후려친 셈이다. 

 

또 2019년 4월 20일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향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조·미 수뇌분들 의사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제 딴에 유머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경고하는데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 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미국 NSC 보좌관이면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인물인데 최선희 제1부상은 완전히 어린애 취급을 한 것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는 자기 존엄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 1밀리미터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묻어있다. 국가의 존엄을 침해하는 미국을 완전히 짓뭉개는 모습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한국과 완전히 대비된다. 2018년 10월 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에 왔을 때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명균 당시 통일부장관, 강경화 외무부장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을 만나고 돌아갔다. 일개 차관급도 안 되는 인사가 오자 문재인 정부의 장관급 핵심라인이 총출동한 것이다. 

 

그 전인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5.24 조치 해제 검토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른바 ‘승인’ 망언을 했다. 내정간섭을 넘어 한국을 속국이나 식민지 취급을 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 마디도 항의하지 못하고 미국 눈치만 살폈다. 위키리크스 공개 외교문서에서 “미국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고 묘사된 검은 머리 미국인의 대표 인물 김현종을 국가안보실 2차장에 앉힌 것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 국민이 굴욕감을 느낄 만큼 미국에 순종하는데 아무래도 국가적 자존심은 포기한 지 오래인 듯하다. 

 

※글이 길어서 세 편으로 나누어 싣습니다. 후편은 며칠 내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에 동시 게재됩니다. 

기사 링크:

http://jajusibo.com/sub_read.html?uid=45361&section=sc58&sect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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